일본의 전통적인 결혼식 '신전식(神前式)'은 카미사마(신)앞에서 일본의 전통식 복장을 하고 식을 치르는 예식의 한 종류입니다. 신사와 호텔, 결혼식장에 마련된 신전에서 행해지며 신전식만의 의식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신전식은 집안끼리 맺는 의미가 있는 의식이기 때문에 과거에는 친족만 모아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친구를 초대하는 형태도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전식(神前式)의 유래와 역사
신전식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책인 고사기(古事記)중 첫 번째 부부의 신으로 유명한 이자나기노미코토(伊耶那岐命)와 이자나미노코토(伊耶那美命)의 나라 탄생 의식이 원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택의 조상과 친족이 지켜보는 의식
결혼 의식의 시작은 '슈겐(祝言, 축언)'이라고 합니다. 농경민족인 일본인은 사람과 사람, 집과 집을 연결하는 사카즈키고토(盃事:혈연관계를 맺는 것)를 매우 소중히 여겨 왔습니다. 슈겐(祝言, 축언)은 가족과 친족, 가까운 이웃들이 모여 시댁인 신랑의 집안이 술과 음식 등의 진수성찬을 대접하고, 그 잔치는 저녁 무렵부터 시작되어 며칠 동안 계속되는 것이었습니다.
도코노마(床の間)나 신단(神棚), 불단(仏壇)이 있는 방에서 조상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축하연이 하나가 되었고 가난한 농민들은 흙방에서 술잔을 주고받는 의식이었다고도 합니다. 그리고 무로마치 시대부터 무가의 예법과 예절을 정하라는 명령을 받은 오가사와라류(小笠原流: 무로마치 시대에 생겨난 예의범절의 한 유파)가 형식을 갖추고 사카즈키고토(盃事:혈연관계를 맺는 것)를 나누는 의식이 정착되어 갔다는 역사가 있습니다.
신전 결혼식의 시작은 다이쇼 천황의 결혼의 예(大正天皇のご結婚の礼)
신전식의 기원은 1900년(메이지 33년)까지 거슬러 올러갑니다. 당시 열린 다이쇼 천황의 성혼이 신전식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현재 형식의 신전식이 확산되었습니다. 당시 결혼식의 대부분이 가정에서 행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신전에서의 혼례는 획기적인 사건으로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 경사를 기념해, 히비야 대신궁(日比谷 大神宮, 현·도쿄 대신궁)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신전 결혼식을 실시해, 전국의 신사로 보급되었습니다.
신전식이 호텔 내에서 행해지게 된 이유
관동대지진의 영향으로 호텔 연회장에 임시 제단을 설립하였습니다. 호텔에 신전이 만들어진 것은 1923년 (다이쇼 12년) 간토 대지진 이후입니다. 이 지진으로 신사 불각이 큰 피해를 입어 '제국호텔도쿄(帝国ホテル 東京)' 연회장 일각에 임시 제단을 마련한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그 전까지는 신사에서 예식을 치르더라도 피로연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동 없이 예식과 피로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상류층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어 호텔 시설 내에 상설 신전이 만들어졌습니다.
호텔과 식장의 결혼식과 피로연이 대유행으로
1964년 (쇼와 39년)에 개최된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호텔이나 식장이 차례차례 개업하고 결혼식을 위한 신전도 상설되어 신사의 성직자가 출장하는 스타일이 일반적인 형식으로 변화하였습니다. 당시의 결혼 스타일은 신전식이 주류였고, 같은 호텔의 식장 내 연회장에서 피로연을 할 수 있어 인기가 높아져 관내 신전의 결혼식이 급증하게 됩니다. 화려한 결혼식이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의 결혼식
화려한 결혼식이 주류를 이루던 시기를 지나 이를 재검토하는 시기가 도래하게 됩니다. 오늘날에는 아직 채플 결혼식 비율이 많지만, 일본 문화와 일본의 민족 의상인 기모노를 고려하는 신부가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웨딩 드레스를 착용하고 신전식을 치르는 신사도 등장하고 있어 비교적 자유로운 범위내에서 다양한 방법을 선택하여 결혼식을 치른다고 합니다.
신전식(神前式)의 매력
신전식이 안정적으로 인기 있는 것은 여러가지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신전식은 매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결혼식을 거행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전통적인 스타일인 신전식에는 엄숙하고 좋은 긴장감을 가지고 결혼식에 임할 수 있어 결혼에 대한 진지함을 실감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합니다. 더불어 이러한 분위기는 부모와 나이 든 친척에게 적합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더불어 결혼은 집안 사람끼리의 연결을 의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신전식을 통해 보다 사람끼리의 연결고리를 더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전통문화 속에서 진행하는 결혼은 일본 고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신사와 신전에서 행하는 일본식 복장의 아름다움과 분위기가 더욱 돋보일 수 있다고 합니다.
신전식(神前式)의 기본적인 흐름과 내용
기본적인 신전식 흐름과 그 내용은 약 3~40분에 걸쳐 진행됩니다. 그러나 신전식을 행하는 장소인 신사와 회장 등에 따라서 다르게 전개되기도 합니다.
① 산신노시키(参進の式)
재주(斎主: 신관(神官)을 불러 제사를 지내는 주최자)나 무당의 선도로 신랑과 신부, 부모와 친족들이 본전으로 향하는 것으로 일명 신부 행렬이라고 합니다. 배경에는 아악의 연주가 흐르는데 이것이 의식의 시작을 나타냅니다.
②입장
신랑과 신부, 주례인(중매인), 부모, 친족 순으로 신전에 입장합니다. 신전을 향해 오른쪽이 신랑, 왼쪽이 신부 자리입니다.
③슈바쯔(修祓: 신도 의식에서 재앙 등을 물리치고 정화하는 것)
먼저 재주(주최자)가 퇴사를 하면 그 뒤를 이어 전원이 퇴거를 받아 예식 전에 부상이나 재앙을 씻어냅니다. 이때는 기립하여 조금 고개를 숙입니다.
④노리토 소죠(祝詞奏上, 축사주상)
재주(주최자)가 카미사마(신)의 말씀을 전하며, 신랑과 신부의 결혼을 카미사마에게 보고하고 행복을 기원합니다.
⑤산산쿠도노하이(三々九度の盃)
신랑 신부가 크기가 다른 대중소 세 잔에서 술을 마십니다. 잔의 크기마다 신랑 신부가 번갈아 세 모금씩 마시는 것이 규칙입니다. 그러나 술을 마실 수 없다면 술잔에 입을 대는 것만으로도 상관없습니다.
⑥가구라호우노(神楽奉納)
아악에 맞추어 행해지는 무당의 춤을 의미합니다. 두 사람의 출발을 축복하기 위해 거행되는 의식이며, 신사에 따라서 행하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⑦세이시소죠(誓詞奏上)
신랑과 신부가 신을 향해 부부가 되는 것에 있어서 맹세의 말씀을 읽습니다.
⑧타마구시 하이레이(玉串拝礼)
신랑 신부가 신전에 타마구시를 바칩니다. 타마구시란 사카키(榊: 비쭈기나무, 신사(神社)의 경내에 심는 상록수의 총칭)의 가지에 시데(紙垂: 타마구시 등에 붙여 늘어뜨리는 특수한 방법으로 접은 종이)를 붙여 신과 사람을 연결합니다. 타마구시는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타마구시를 바친다는 것은 '나를 신에게 바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랑과 신부, 중매인, 양가 대표 순으로 진행됩니다.
⑨유비와(指輪: 반지)의 교환
신랑 신부의 결혼반지 교환입니다. 1955년 경부터 신전식에도 반지를 교환하는 의식이 도입되어 지금은 일반적인 의식이 되었습니다.
⑩신조꾸하이노 기(親族杯の儀)
부모와 친족이 차례로 술을 마시며, 기립하여 세 모금으로 다 마시는 것이 규칙입니다.
⑪사이슈노 아이사쯔(斎主の挨拶)
재주(주최자)가 결혼 의식이 무사히 끝났음을 카미사마에게 보고하는 순서입니다.
⑫타이죠(退場, 퇴장)
참석자 전원이 신전에서 퇴장하며, 재주, 신랑과 신부, 주례인(중매인), 부모와 친족 순으로 퇴장합니다.
<참고>
위 글은 <古の祝言から現代までの神前式の歴史> https://nihon-kekkon.com/article/knowledge/id33505/) , <日本の伝統的な挙式「神前式」の魅力とは?基本の流れもチェック> (https://www.arcenciel-g.jp/)을 일부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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