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monogoto

[일본의 모노고토] 일본의 문화유산 ‘슈가로드(Sugar Road) 이야기’,

모노고토 2023. 9. 29. 12:18

 
 
슈가로드의 출발, 나가사키와 설탕
나가사키의 사투리에는 '나가사키노 토오카(長崎の遠か)'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리나 과자에 단맛이 부족한 것을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요리가 달지 않을 때, 설탕을 아꼈다, 즉 설탕을 적게 넣은 행위를 구두쇠에 비유한 말입니다. 일본에서는 나가사키는 설탕이고, 설탕하면 나가사키라고 이해합니다.
 

 
설탕을 나가사키에서 운반한 곳이 나가사키 카도(長崎街道)이며, 슈가로드로 설탕을 비롯한 이국적인 정서가 넘치는 다양한 무역품들은 당시 일본의 음식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나가사키 카도는 '와키오우칸(脇往還)' 중 하나로 규슈에서는 제 1의 '와키오우칸'이었습니다. 에도 시대의 5개 카도 이외의 주요 카도를 말하며, '와키카도(脇街道)'나 '와키도(脇道)'라고 불렀습니다.
 

 
그 과정은 나가사키에서 고쿠라까지의 57리(약 228km)로, 그 코스는 대개 나가사키, 히미(日見), 야가미(矢上), 에이쇼(永昌), 오무라(大村), 마쓰바라(松原), 소노기(彼杵), 시오노(塩野), 시오다(塩田), 헤타(辺田), 오다(小田), 우시즈(牛津), 사가(佐賀), 아라하라(現原), 칸자키시(神埼), 나카하라(中原), 토도로키(轟木), 타시로(田代), 하라다(原田), 야마가(山家), 우치노(内野), 이이즈카(飯塚), 코야노세(木屋瀬), 쿠로사키(黒崎), 코쿠라(小倉)였습니다만,  이사하야시(諫早)와 오다(小田)의 사이가 후쿠에(福江), 타라(多良), 하마(浜), 시오다(塩田), 다카(高)등 이며, 다른 코스도 있다고 합니다.
 

sugar road
(이미지: https://sugar-road.net/)

 

 
설탕, 바다를 건너오다
일본에 설탕이 처음 도입된 것은 나라 시대의 일이었지만, 당시에는 극소량이었고, 게다가 식용 목적이 아닌인후(목)의 약이었기 때문에 이를 귀하게 여겼습니다. 그러나 16세기 후반 포르투칼과의 무역이 활발해지고 대량의 설탕이 수입되면서 텐뿌라(天ぷら)로 대표되는 남만요리(南蛮料理)와 카스테라, 보로(ぼうろ: 소바보로, 메밀과자로 메밀가루를 넣어 교토의 명과, 구운과자), 곤페이토(金平糖, 금평당)등으로 대표되는 남만과자(南蛮菓子)가 그 제조법과 함께 나가사키에 전해져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어 나갔습니다.
 

 
설탕 대량 수입시대로
포루투칼을 대신하여 네덜란드 및 중국과의 무역이 활발해지자 설탕이 대량으로 수입되었는데, 특히 18세기 이후에는 설탕, 그 중에서도 바타비아(자카르타의 구칭)산 설탕울 예로 들면, 전성기인 보력(宝暦) 9년(1759)의 경우 백설탕, 얼음설탕(氷砂糖, 코오리사토)의 양은 202만 2577근, 은으로 1299관 994돈, 오늘날의 금액으로 대략 24억엔으로 엄청난 양이 되었습니다.
 

 
네덜란드선이나 가라후네(唐船: 중국 배)로 운반된 설탕은 데지마(出島)나 신지(新地)에 상륙하면 일단 설탕 창고에 수납되었지만, 에도시대 중기 이후에는 나가사키카이쇼(長崎会所)가 일괄 구입, 그 후 입찰에 의해 국내 상인에게 판매되었습니다. 이 설탕이 나가사키를 비롯한 국내 각지에 전해졌는데, 나가사키는 무역 마을인 만큼 다양한 형태로 설탕이 시중에 나돌았습니다.
 

sugar road
(이미지:  『당관란관도에권』나가사키 역사문화박물관 수장, https://sugar-road.net/)

 

 
유녀에게 줄 선물과 토데라에 대한 기신(記進:봉납)으로
설탕은 네덜란드 상관과 중국 상인들의 마루야마 유녀(遊女: 옛날에 역참()이나 유곽에 있던 창녀())에게 주는 선물로도 활용되었습니다. 이 설탕은 모라이사토(貰砂糖)라고 불렸으며, 유녀에게 선물로 주는 모라이사토는 나가사키카이쇼(長崎会所)가 매각하고, 그 대금(代金= 代銀)이 유녀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또 나가사키의 고후쿠지(興福寺)나 후쿠사이지(福済寺)등 토데라인 오바쿠슈(黄壁宗, 황벽종 사찰)에는 가라후네(唐船: 중국배)보다 막대한 양의 설탕이 봉납되었으며, 이들을 조사토(贈砂糖)라고 불렀습니다.
 

 
설탕의 보급으로 태어난 나가사키 카도변의 개성 넘치는 과자와 음식
메이지 시대 이후 설탕의 보급이 현저히 증가했으며, 일본의 음식문화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습니다. 오늘날 일본은 요리에서 설탕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설탕 없이는 일본 요리는 성립할 수 없다고까지 알려져 있습니다. 설탕의 보급 이래, 나가사키 카도변에서는 서양과 중국에서 기원한 다채로운 과자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설탕, 계란, 밀가루를 사용한 과자, 서양의 제과 기술을 힌트로 히키가마(引釜)로 구워낸 과자, 중국인으로부터 제조법을 배운 쌀과 설탕을 합친 과자 등 떡이나 사탕 등, 당시 일본에서 일반적인 과자와는 색달랐습니다.
 

 
나가사키 카도를 따라 이들 외국 유래의 과자가 성행한 것은 각지의 과자 장인들이 나가사키에 직접 제조법을 배우러 방문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도시대에 나가사키 카도변의 지역을 다스린 구로다(黒田)씨, 나베시마(鍋島)씨 번령에는 설탕이나 외국 유래 과자 문화가 짙게 남아 있습니다. 두 사람은 나가사키 경비를 맡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나가사키에서 설탕을 우선적으로 사들일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이 지역에서는 메이지 시대 이후에도 난반과자(南蛮菓子: 포르투갈·네덜란드 등에서 전해진 과자)와 토가시(唐菓子)기법을 바탕으로 카스테라 만두와 카와라센베(瓦煎餅, 와전병)등 새로운 과자가 탄생해 전국에 보급되었습니다.
 

 

 
전통문화와 결합하며 발전해간 음식문화
설탕이 고유의 문화나 풍토와 결합하여 특징적인 음식문화를 형성한 예도 있습니다. 히젠(肥前: 옛 지방명)의 비옥한 곡창지대에서는 강정과 통밀 등 쌀보리를 이용한 과자가 성행했습니다. 또한 맑은 물과 양질의 팥과 강낭콩이 풍부한 사가현 고죠( 佐賀県 小城)에서 만들어지는 양갱이 그것입니다. 이 곳은 다도가 발달해 있던 지역으로, 오챠우케(お茶請け: 차에 곁들여 내는 과자나 츠케모노)로서 받아들이기 쉬운 환경에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쉽게 침투해 갔습니다. 무라오카 총본점( 村岡総本舗)은 고조요캉(小城羊羹)의 전통있는 가게 중 하나로, 요캉 점포에 병설된 요캉의 원료와 제조 도구 등의 자료가 전시되어 있기도 합니다.
 

 
노동자들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설탕
설탕을 에너지원으로 발전시켜 간 음식문화도 있습니다. 메이지 초기부터 탄갱(炭坑: 석탄 파는 구덩이)으로 번창한 치쿠토요(筑豊, 후쿠오카현 이즈카)에서 경기를 타고, 사가현의 '쇼게츠도(松月堂)'가 진출합니다. 치도리야(千鳥屋: 후쿠오카현 이즈카시를 거점으로 전개하고 있던 화과자점 및 화과자점으로부터 발전한 제과업자 그룹이 이용하는 화과자점의 옥호)를 개점하고 치도리만쥬(千鳥饅頭)를 판매했습니다. 달콤한 과자는 육체 노동이 계속되는 탄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에너지원으로 선호되었습니다. 다이쇼(大正)말기의 오구라(小倉, 후쿠오카현 키타큐슈)에서는, 하치만(八幡) 제철소 직원들의 영양 보조 식품으로서 주머니 크기의 쿠로가네 요캉(くろがね羊羹)이 태어나 과자 산업이 발전해 갔습니다.
 

 
설탕은 대접하는 의미와 사치스러움의 표현, 보습 등 의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설탕을 얻기 쉬운 나가사키 근교 지역이기 때문에 과자와 요리에 설탕이 듬뿍 사용되었을 것입니다. 나가사키군치(長崎くんち: 일본 규슈 서단부 나가사키시의 스와신사[諏訪神社]에서 열리는 가을 마쓰리)의 니와미세(庭見世: 매년 10월 3일 저녁 5시경부터 그해 오도리마치를 맡고 있는 각 마을에서 '군치 준비가 됐어요' 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열리는 행사)장식에 섬세한 세공은 볼거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참고>
위 글은 <シュガーロードものがたり>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https://sugar-road.net/), <長崎港へ新たな文化・砂糖文化の伝来> (https://japan-heritage.bunka.g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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