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통과 공간/일본 정원 디자인

[일본의 정원] 1. 가레산스이(枯山水)의 이해와 감상. 가레산스이의 역사와 유래

모노고토 2023. 8. 17. 23:14

 

 

일본의 정원 양식은  크게 '치센(池泉), 가레산스이(枯山水), 로지(露地)' 양식으로 구별 가능합니다. 가레산스이는 물이 없는 정원에 돌이나 백사를 이용해 물의 흐름을 표현한 일본 정원을 말합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하고 절제되어 있는 아름다움이 일본의 정서와 닮아있다는 평이 많습니다.

 

 

가레산스이(枯山水) 정원이란

가레산스이란(枯山水)란 연못이나 시시오도시(鹿威し: 논밭 등을 휩쓸고 다니는 조수를 위협하고 쫓아내기 위한 장치의 총칭. 허수아비나 나루코(딸랑이)도 엄포의 일종)를 사용하지 않고 돌이나 모래, 초목으로 산과 강의 자연 풍경과 우주를 표현한 정원 양식의 하나입니다. 무의 경지를 지향하는 선의 정취가 영향을 준 꾸밈없는 한적한 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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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교토 고다이지의 가레산스이(京都府高台寺の枯山水), https://thegate12.com/jp/article/455#content-2)

 

 

가레산스이는 간산수(仮山水, かさんすい), 고산수(故山水, こさんすい)라고 불렸으며 헤이안 시대의 책에는 고선수(こせんずい)라고도 적혀 있었습니다. 다른 정원과 차별화되는 점은 산책하는 것이 아니라 경치를 바라보는 것으로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돌의 위치와 모래 모양을 관찰하며 바라보는 것이 가레산스이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가레산스이의 종류는 시대와 조경 방식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그 장소만의 세계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레산스이(枯山水)의 역사와 유래

물을 사용하지 않는 정원은 아스카 시대에도 존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헤이안 시대 말기에 쓰여진 일본 최고의 정원서인 '작정기(作庭記)'에는 '연못도 없고 야리미즈(遣水: 뜰에 물을 당겨와 정원의 초목 따위에 물을 주는 것) 도 없는 곳에 돌이 서는 일이 있다. 이것을 가레산스이로 만든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헤이안시대에는 아직 선종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마당 한 구획에 놓인 돌과 백사뿐인 것으로 오늘날의 정취가 있는 아름다운 가레산스이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형식이었다고 합니다. 가마쿠라 시대에 들어서자 중국에서 선종(禅宗)이 전래되면서 가레산스이가 본격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정원에서 선의식(禅の儀式)을 거행함에 있어 선의 사상을 표현하기 위해 본격적인 돌을 조합하여 배치하게 됩니다. 이때 교토에 있는 사이호지(西芳寺) 코케데라(苔寺)를 선종사원으로 부흥시키기 위해 파견된 사람은 무소소세끼(夢窓疎石, むそうそせき)이라는 선승이었습니다.

 

 

 

 

사찰 안에 있던 마당을 선의 수행장으로 만들기 위해 돌과 백사를 도입하여 가레산스이를 쌓았습니다. 이 사이호지(西芳寺)의 가레산스이는 일본 최초로 돌의 배치만으로도 풍부함을 느낄 수 있는 정원으로 이곳에서 가레산스이라는 정원 양식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또한 1467년 오닌의 난(応仁の乱)으로 교토가 황폐화되면서 좁은 땅에 저예산으로 조경할 수 있는 가레산스이가 각광을 받습니다. 그때까지의 일본 정원은 물을 얻을 수 있는 장소에 정원을 짓는 것이 상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닌의 난으로 고통받았던 귀족과 사찰은 노력과 돈을 들이지 않고 아름다운 정원을 재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싶어하였고, 그것이 가레산스이였습니다. 물이 없는 곳에 물을 느끼는 선의 정신성뿐만 아니라 쉽게 정원을 만들 수 있는 점이 많은 이를 매료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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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료안지의 가레산스이(龍安寺の枯山水), https://thegate12.com/jp/article/455#content-2)

 

그 뒤로는  중국의 역사나 전설에 근거한 섬 등을 뜻하는 돌과 백사를 이용해 물살 모양을 그린 가레산스이가 유행합니다. 무사의 시대로 바뀌면서 무가와 서민들에게 확산된 가레산스이는 선의 사상을 받은 소박함이나 간소함이 아니라 보다 아름다운 형태에 주력한 가레산스이로 변화해 갔습니다. 그러나, 다도의 발전과 함께 차를 마실 때 손을 맑게 하기 위한 쵸즈바치(手水鉢: 손 씻을 물을 떠놓는 푼주)나 식물이 주체가 된 차정이나 연못이 있는 정원이 주류로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다도 문화가 확산되면서 가레산스이는 점차 쇠퇴하게 됩니다.

 

 

 

 

쇼와 20년 종전 이후 정원에 대한 재해석이 이루어졌고, 태양의 탑(오사카부 스이타시 엑스포 기념공원 내에 있는 건조물.1954년에 개최된 만국박람회의 상징)으로 유명한 오카모토 타로(岡本太郎)와 영국의 유명 조경가들이 주목하면서 '모던 랜드 이스케이프 디자인'으로 세계적인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가레산스이는 일본의 전통적인 아름다운 정원 양식으로 오늘날까지 계승되어 온 것입니다. 또한 선의 사상에 근거한다고 해서 가레산스이를 영어로 'Zen garden'이라고 합니다.

 

 

 

 

<참고>

위 글은 <枯山水とは?石や砂で描かれる日本庭園の謎に迫る>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https://thegate12.com/jp/article/455#conten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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